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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인 김지하의 달마도

미래로보텍 2008. 1. 27. 19:04
[종교]시인 김지하의 달마도
김지하 시인이 달마도를 그렸다. 사람들은 웬 달마도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본디는 절집 수련의 한 방편이었는데, 부적으로까지 전락한 정형 달마를 일단은 부수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가 늘 경계해온 것은 그것이 만화(漫畵)로 굴러떨어지는 위험이다.” 계율이 엄하기로 마치 칼날 같은 절집에 도리어 파천황의 우스개가 수없이 많은 사실과 연계해 이해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의 달마는 무엇일까. 30여년 전 장기 수감에서 풀러난 김지하에게 한 외신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 사상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그는 대답했다. “밖으로는 동학의 생명학이요 안으로는 불교의 영성학이다. 동학은 내 실천의 눈동자요 불교는 내 인식의 망막이다.”

사실 그는 지난 25년간 난과 달마를 그려 왔다. 옥고로 지친 심신을 요양하기 위해 무위당 장일순에게서 난 치는 법을 배웠다. 2001년엔 난 그림으로 첫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난을 치다 자연스럽게 달마에 이르렀다. 마치 화가들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듯.

“연담 김명국이 우뚝 서 있는 달마도의 역사에 제멋대로인 나의 ‘언필칭 달마’를 등록하자니 우선 무척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전시회를 갖는 것은 난초와 같이 달마도 일단은 손을 놓고자 함이다.” 삿됨이나 권태의 작은 기미만 있어도 즉시 중지하는 것이 좋다는 예부터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국한문 혼용의 자작시를 서예로 써 볼 작정이라는 그는 광화문 현판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단호한 입장이다. 국가 상징성이 큰 건축물이기에 당대 명필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요즘 그는 동화 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는 꽃을 보고 뭔가 깨닫듯이 이성이 아닌 상상력의 관점에선 동화나 달마도는 같은 것이다.”

그의 달마전은 3월2일부터 13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린다. (02)739-4937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